Married life & Thoughts

제가 결혼할 분께서 저에게 이런 폴더를 하나 마련해 주셨습니다.

폴더 이름이 저런 이유는.. 제 이름이 남.보.라.이기 때문이고..
어렸을 때부터 '어, 이름이 무지개 색깔이네~'하는 되도 않는 얘기들을 들어왔기 때문입니다.
--;;;; 저 그 말 무지 싫어했거든요.

그러나 제가 싫어하던지 말던지 이렇게 폴더 이름을 만들어주신 그분께 감사(?)를 드리며.ㅋ



결혼이란걸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준비를 많이 하시겠죠.
이것저것들 사야 할 것들도 많고, 집도 구해야 하고, 이리저리 인사도 다니고, 사람도 만나고..
놀고 있는 백조의 입장이지만 다가오는 시간의 압박이 만만치 않습니다.
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더 정신이 없겠죠..

그러면서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.
내 마음은 얼마나 물리적 시간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을까..
이제는 다시는 오지 않을 미혼의 이 때를
나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걸까..

이제 평생을 누군가의 아내로, 누군가의 어머니로, 또 며느리로, 시어머니로, 장모로,
남자들은 남편과 가장으로, 아버지로,
이렇게 살아가게 될텐데..
이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내 이름 석자를 가리고 내 정체성을 점령할 날이 머지 않았군요.

자신 있으세요?

더이상 자연스럽게 사랑할 자신이 없는, 내 앞에서 더이상 우아하지도 어여쁘지도 않은 내 배우자와 일상을 공유하고, 일상속에 작은 이벤트들을 만들어가고, 나보다 별로 나아보이는 것 없는 이 사람을 존경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는거..



저는 사실.. 많이 떨립니다.
아주 많이 떨립니다.
이 떨리는 마음이 내 마음에 가득할 때는 몇시간이고 멍하니 있게돼요.

결혼을 한달정도 앞두고 제 상태는 별로 안좋습니다.
거의 뭐..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 두죠.-.,-
하루에도 몇번씩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과, 그로 인해 종잡을 수 없는 나의 행동(거의 광년이 수준..??), 그리고 먹어도먹어도 계속 배고파 하는 욕구불만의 상태...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응석으로 저와 결혼할 그 분을 달달달 볶아댑니다.
(참고로 제 욕구불만의 수준은, 어제 넷이서 크림소스스파게티와 해물그라탕, 닭가슴살셀러드, 바베큐 모듬요리를 먹고 홍차까지 한됫박 마시고 헤어져서는 또 배가 고프다고 보채서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를 한그릇 먹은... 그 정도의 수준...ㅜㅠ)

덕분에 그는.. 직장에서 낮에 내내 시달리다가 저녁때는 저에게 시달리는.. 아주 고달픈 삶을 살고 있죠..아하하하--;;;;;




결혼준비가 마냥 행복한, 아니면 서로 일이 바빠서 이런 고민을 멍하니 할 시간조차 없는 분들은 이 글을 읽어면서 '얘 뭐야~' 이러실 듯하고.. 저처럼 시간이 얼추 남고 성격이 까칠까칠한 분들은 읽으시면서 공감을 하실지도..ㅎㅎ
그러나 어떻게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던 결혼, 그리고 결혼생활이란 마음을 굳게 먹고 덤벼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 합니다. 살다 안되면 말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.

하루의 시간들은 너무 지루하고 지치고(제가 이런 백조의 삶을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이제까지는 잘 몰랐습니다. 이렇게 순도 100%의 백조생활은 첨이거든요.;;) 느리게 흘러갑니다.
그런데 날들은 왜이렇게 빨리 가는지.. 아무일도 안하고 안방다리 하고 앉아있는 저를 시간이 번쩍 들어옮기는 듯한 기분입니다. 아구 무서워.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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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짤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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